"이제 더 이상 오지마을은 아니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 예전에 우리 신랑과 내가 그러했듯이,

한번 다녀간 사람은 자꾸자꾸 그리워지는 곳, 그런 마을로 자래매김 하였으면 한다."

하루종일 쳐다봐도 지겹지 않고 정겹기만 한, 참으로 매력있는 동네이다.

이런 곳에 사는 설피밭 주민들은 행복하고 정말 복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2013년 10월 중순경, 신랑이 여름에 못간 휴가를 내서 강원도로 야호!

화진포 콘도에서 이틀을 묵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내려오다가 남들 잘 가지 않는 곳에 가보자는 신랑,

지도책의 노란선(비포장길) 따라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던 곳이 바로 진동리 진동계곡이다.


경운기나 개조한 지프차나 갈 수 있음직한 좁고 험한 길을 일반 승용차로 밑이 닿을 때마다 가슴을 졸여가며, 휠커버가

떨어져 나간지도 모르면서, 신랑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결국 자동차로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가고만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중간에 돌아갔으면 후회할 뻔 했지? 시집 잘 왔으니까 이런데도 한 번 와보는 거야.”하더니

한 술 더 떠서 이런데 와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 당시는 자기 멋대로 하는 신랑이 별로 탐탁지 않아서 속으로

“꼴 ⨯⨯⨯ 있네. ⨯ 혼자 여기와서 살든지 맘대로 해라. 난 절대로 못 온다.”했었다.


신랑 잘못 만난 덕(?)에 이곳저곳 끌려다녀 보았는데 진동리는 대한민국에 절대 없을 것 같은 오지 중의 오지마을 이었다.

그 당시 손 타지 않은 계곡과 어우러진 길고도 긴 단풍 길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황홀하고 멋진 풍경이었다.

점봉산 아래 해발 약 700미터에 자리잡은 산촌마을 진동2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설피를 신고다닌다 하여 설피밭,

설피마을로도 불리어지는 곳, 그 후 매년 한 두 번씩 신랑을 쫓아 다니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들어 버린 진동리.


그런 이 곳에 양수발전소 상부댐을 조성하면서 백두대간 줄기에 생채기를 남겼고, 그 공사를 위해 이 곳에 오기 위한 길을

넓히고, 포장하면서 더 이상 오지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마을이 되었다. 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에 양수발전소는 심야에 남는 전기를 이용해서 물을 끌어 올리고, 그 끌어올린 물을 다시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고 배웠는데, 이론 적으로는 기막힌 것이지만 요즘은 심야전기가 부족해서 신규공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 도로망까지 조 단위의 금액이 소요됐음직한 결과물에 대한 경제성은 전혀 없어보이고 그것을 유지보수하는 비용 또한 엄청나리라 생각 된다.


조직이 있으니까 사업을 벌이려 하고, 경제논리의 명분을 내세워 엄청난 혈세를 들여 공사를 밀어붙인 개발론자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주민들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외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게 되어

잘된 것 아니냐고 항변할까? 그것은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결과이고 최초 목적의 경제성과는 너무나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처음왔을 때의 너무나 많이 불편했던 오지마을 진동리가 그리워지고, 다시는 되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에 속도 상한다.

우리도 집을 지으면서 개발에 일조한 면도 있지만, 더 이상 난개발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 더 이상 오지마을은 아니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 예전에 우리 신랑과 내가 그러했듯이,

한번 다녀간 사람은 자꾸자꾸 그리워지는 곳, 그런 마을로 자래매김 하였으면 한다.


다행히 산림청에서 점봉산이 활엽수로 이루어진 극상의 원시림으로 인정하고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을 하여 통제 및

관리함으로써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조치를 하였고 근자에는 부분적으로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설피밭에서 바라보는 점봉산, 설악산 같이 기기묘묘한 형상은 없지만, 소나무도 없고 활엽수만 있지만,

하루종일 쳐다봐도 지겹지 않고 정겹기만 한, 참으로 매력있는 동네이다.

이런 곳에 사는 설피밭 주민들은 행복하고 정말 복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201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