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2

곰배령목수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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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아침은 마늘스프를 먹었는데 의외로 거부감 없이 좋았다

어제 포기하고 돌아갔던 그 지점을 지나는데 밤새 고소적응이 돼서 그런지 가볍게 통과하였다

가는 중간에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온 단체팀을 만났는데, 큰 특징은 가이드, 포터외에

요리팀이 같이 간다는 것이다

주.부식은 물론 조리기구까지 포터가 운반하는데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일부 포터의 차림새는 너무나 열악하기 그지없다

우리와 같이 가는 포터는 신발도 등산화를 신었고 옷도 산행에 걸맞는 옷을 입었는데 반하여

 

단체팀 포터 일부는 옷도 부실하고 양말도 없이 슬리퍼만 신고,

짐도 우리 배낭보다 훨씬 무거워보이는 등 보기에 너무나 안스러운데

한술 더떠서 트래커들이 도착하기 전에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관계로 뛰다시피 빨리 걷는다

나 같이 해외에서 음식을 잘 못먹는 사람은 단체여행을 하면 삼시세끼 한국 음식을 해주니까,

그런 면에서는 좋겠지만, 이번에 본 모습들은 내 눈에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데우랄리(3210), 반탄티(3180)를 거쳐 타다파니(2630)에서 묶을 예정이었으나 시간여유도 있고

더구나 고도가 낮아지고 있어서 추일레(2309)까지 가기로 했다

추일레 롯지는 아주 넓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롯지 건물 앞마당이 작은 운동장 정도로

넓고, 당나귀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닭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니 평화로와 보이고

더욱이 한국 아가씨 둘을 만나게 되어 잠시나마 차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되어

이곳까지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중에서 가장 힘든 일중의 하나가 밤이 길다는 것이다

저녁먹고 어두어지면 밖이나 방 안이나 똑같이 춥다보니까 방에 들어와서 물을 끓여 차 한잔 마시고

수통에 물을 담아 침낭 속에 집어 넣고 이불 덮고 눕게 된다

내가 우겨서 가져온 개스버너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지는 몰랐다. 원래는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가져온 것인데,

눈치가 보여 그렇게는 못하고 아침.저녁 물 끓이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뜨거운 물 1리터에 150~200루피 정도 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3리터씩 계산하면 비용절감도 상당히 많이 되었다

그런데 깜빡 잠들었다가 깨보면 12시도 안됐고, 또 잠들었다 깨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그 시간들이 너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진다

책도 한권 가져왔지만 불빛이 워낙 어둡다보니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끌다 늦게 잠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중 저녁 먹는 자리에서 한국 아가씨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방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초반으로 보이고 인도 여행을 위해 인터넷카페에서 둘이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미 한달가량 인도여행을 했고 누가 네팔을 꼭 가보라고 권해서 10일정도 일정으로 안나푸르나를 오게 되었고

코스는 우리와 동일하였다

둘 중에 언니는 중국 상해를 거쳐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남미로 떠난다 하고, 동생은 인도로 다시가서 좀더 있다가

스리랑카, 몰디브를 거쳐 한국에 돌아가는데 전체 100일 정도의 일정이라고 한다

시간과 비용조달에 대해 물어보니 이번 여행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 취업이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 힘들다고 하는데 재취업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웃음으로 답하는걸로 봐서, 어떤 분야의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자신감 있어 보인다

생각이 건실하고, 당차고, 영어도 잘하고, 외모도 예쁜데 먹는 모습은 더 예쁘다

난 젊어서도 여자들이 먹을 때,   빼고 하는게 싫었고, 결혼전 집사람의 경우도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고 예뻣는데, 이 아가씨들도 저녁메뉴로 볶음밥 종류 하나와 치즈,야채가 들어간 감자볶음 하나를 주문하였는데,

내 경우 입에 맞지 않아 많이 못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양이 많아 포터에게 미리 덜어주거나 하는데,

여자니까 당연히 남기리라 생각했는데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서 다 먹어 치우는 모습이

먹는 양에 놀랍기도 하지만 보기좋고 예뻣다

살도 안찌고 날씬한데 어떻게 이리 잘 먹냐고 했더니만 원래 잘 먹고, 인도에서는 메뉴 3개를

시켜서 둘이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들녀석이 장가 갈 나이가 되었으면 동생 여자는 며느리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는데 어쩌랴?

나중에 울 아들이 지 맘에도 들고 내 맘에도 드는 여잘 데꾸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여섯째날

아침에 걷는 길은 계단도 없고 경사도 완만하고 주변 풍광도 고즈녁하니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걸어가는 길가에 외딴 농가주택 하나가 정겹고 운치있어,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벽에 걸려있는

무었인가가 궁금해서 포터에게 물어봤더니 벌집이라고 한다

꿀이 있냐고 물었더니 꿀이 있다하고, 벌집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돌에 붙어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들은 석청이 언뜻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도 귀하고 비싸다고 들었는데 히말라야 석청은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떻게 채취하냐고 물었더니 잘 못알아 듣고 매우 위험하다고만 한다

어디서 살 수 있냐, 가격은 얼마냐고 물었더니 포카라나 카트만두에서는 많이 비싸고

촘롱마을에 꿀 따서 파는 집이 있고 자기집에도 꿀이 있는데 가격은 1리터에 50달러 란다

너네 집은 어디냐고 물으니 안나푸르나 어라운드코스 중 해발 2000후반대에 있고,

현재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은 형이 살고 있으며, 자신은 결혼해서 포카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농가주택에서 벌집을 보지 않았거나, 봤어도 물어보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이 일로 말미암아 나중에 50만원돈을 잃게 될 상황이 되었다

점심에 도착한 촘롱(2170)은 마을이 제법 규모가 크고, 계단은 푼힐 못지않게 많았고,

초입에 있는 롯지에 한글로 이렇게 쓰여 있다

한국음식 팝니다

- 김치찌개, 백숙, 신라면-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를 가는 빠른 코스도 촘롱은 거쳐야 되고,

ABC를 안가고 푼힐까지만 가도 왔던 길로 다시 안 내려가고 돌다보니 이리 돌아도, 저리 돌아도

촘롱의 거쳐서 가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사람 왕래가 많은 것 같고,

한국 사람들도 참 많이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포터가 단골로 다니는 곳 같은데 깨끗해 보이는 롯지에 짐을 내리고 메뉴를 보니

이곳도 신라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 점심메뉴는 플레인라이스(한국으로 치면 공기밥인데 양은 굉장히 많고, 찰기가

없어 훌훌 날릴 것 같다), 신라면, 계란후라이 2개.

밥에 계란후라이와 볶은고추장을 넣어 비비고 라면과 같이 먹는 이 맛!  너무 행복하다

이 날은 계획했던 위쪽 시누아(2360)에서 묵기로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다음 롯지인 밤부(2310)까지도 갈 수 있었으나 집사람과 상의해서 이곳에

쉬기로 하고 포터가 안내한 롯지로 가서 방에 들어가 보고, 화장실을 확인하니 영 맘에 안들어 다른데로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자기가 데리고 간 롯지를 맘에 안들어 하고 다른데로 가자고 했으니 약간은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옮긴 롯지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괜찮아 다행이었다

어떤 책에서 읽기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포터가 정한 롯지를 설사 맘에 안든다해도 존중하라고 되어 있었다.

평상시에 롯지 주인과 포터와의 친분, 종교적 성향, 단골여부, 인척관계 등

어떤 이유로 롯지를 정했을 수가 있는데 굳이 그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며칠 겪어보면서 내 생각은 달랐다

네팔이란 나라는 우리와 달리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별이 엄청 심하다

한마디로 외국인이 봉이다. 비자발급 수수료, 입산허가료, 숙식비용, 교통비용 등 네팔정부

차원에서 외국인은 모두 비싸게 받는다

포터비용도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하는데 이 곳은 하루에 11~17달러 정도 하는 것 같았다.

그 안에 먹고 자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힘든 일에 비하면 상당히 저임금이지만

이 나라가 일자리가 많지 않고 또 물가수준에 비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라고 한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포터들은 롯지에서 숙식 비용을 전혀 받지 않거나

아님 아주 약간의 비용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면 자기한테 잘해주는 롯지로 안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트래커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트래커의 취향에 따라 전망이냐, 시설이냐, 금액이냐,

서비스냐를 정해서 안내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이곳이 산이고 산 중에서도 히말라야니까 전망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방과 화장실의 청결함이다

한국에서 우리집도 민박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관리 포인트가 청결함이고 그 중에서도

이불과 화장실의 청결함이다

청소할 때 집사람과 역할분담을 하게 되는데, 내가 주로 화장실을 맡는다.

내 스스로가 나태해질 수도 있어 항상 마음 속으로 청결목표를 

“누가와서 바닥타일과 변기를 핥아보라고 시키면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하자”로 정하고서 하는데

네팔에서는 정말로 이불을 덮고 싶지 않고, 화장실도 가고 싶지 않다

고레파니 이후로는 공용화장실이다 보니 청결상태가 더 안좋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사람이나 나나 큰 볼일을 나흘만에 해결했는데 체력소모가 많아서였는지

크게 힘들진 않았고, 소변은 물을 많이 먹어도 몸으로 배출이 많아서인지 낮에는 볼일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나야 대충 해결하면 되는데 집사람의 경우 재래식 변기는 오히려 괜찮은데

수세식 양변기는 제대로 닦아주질 않아 고역이라고 한다

 

저녁은 내가 플레인라이스, 계란후라이 집사람이 피자.

피자가 600루피로 제법 비싼편이었는데 양이 많아 좀 남기긴 했어도 집사람 얘기가

반죽을 바로 해서 만든 것 같아 맛이 괜찮다고 한다

둘이 음식을 조합을 해서 그동안 남지않게 먹었는데 오늘은 밥도 남고, 피자도 남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먹고서 바깥에 롯지 주인이 모닥불을 피워놔서 불을 쬐면서 블랙티 한잔하고 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일곱째날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비가 제법 오는데, 밤새 계속 내린 것 같다

포터에게 이야기 해보니 내가 가자고 하면 가겠다고 하면서 지금 히말라야 롯지

위쪽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난 우선 기다리자고 했고 비가 좀 덜 오게되면 그때 우비를 입고 갈 생각을 했다

그 때, 어제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우리와 다른 롯지에서 묶은, 추일레에서 만났던

한국 아가씨 둘이서 비오는 것 때문에 일정을 상의하러 왔다

아가씨들 포터가 하는 이야기는, 위쪽으로 눈이 오는데 아이젠과 스패츠 등을 준비해오지 않았고

눈이 쌓여 길 찾기도 어려워서 올라가는게 무리니까 하산하기를 권했다고 한다

 

내가,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너무 아쉽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네도 그래서 고민이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난 무조건 갈건데 비가 지금처럼 계속오면 하루 여기서 더 묶고

조금 소강상태가 되면 우비입고 가려고 한다

아이젠은 눈이 다져지고, 녹았다가 얼고 했을 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눈이 많이 쌓이고 있는 상태이면 없어도 괜찮을 것 같고

등산화와 바지의 발목부분을 눈이 안들어가게 테이프로 둘둘 말으면 스팻츠 없이

임시로 갈 수가 있는데 우리한테 테이프가 있으니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했고

눈이 와서 길 찾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엇저녁에 ABC에서 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테고

그들중 일정상 무조건 내려와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므로 그들이 알아서 길을 내 줄 것이니까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잘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다

10시가 넘어 비가 소강상태가 되어 짐을 꾸려 출발하였다.

부슬비가 약간 내리고 땅이 좀 질퍽이긴 했어도 걷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데우랄리(3200)까지 갈 예정이었으나 출발도 늦고 날씨도 좋지않아 히말라야 롯지(2920)까지 가기로 했다.

 밤부(2310), 도반(2520)을 지나면서, 아침엔 우리보다 늦게 출발하지만 중간에 항상 추월해가는

서양사람이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전문 가이드(일당도 포터보다 훨씬 비싸고 짊은 들지 않음)만 고용하고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서 속으로 참 멋진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 서양사람이 내려오고 있어서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치면서 왜 내려갈까 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우리 포터와 그쪽 가이드는 평소에 잘 아는 사이인지 만날 때 마다 잠깐씩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잠깐 이야기하고 와서 내게 하는 말이 히말라야롯지부터 눈이 쌓여

준비상태가 않좋으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보는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순간적으로 순수해 보이고 착한 서양사람이

능구렁이 같은 가이드 말만 믿고 그냥 내려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히말라야롯지에는 3시경에 도착하여 일찍 짐을 풀었는데 눈발이 날리고 눈도 약간 쌓여 있었다.

요즘 계절에 보통 3000미터를 기준으로 눈과 비로 갈린다고 하는데 이곳의 경우

히말라야롯지(2920)가 갈림점인 것 같다

그동안 올라오면서 두세번 마주쳤던 혼자서 트레킹 온 한국총각을 만났는데 다음번 롯지인

데우랄리(3200)까지 간다고 한다

우리도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갈 수는 있지만 고산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두 아가씨들은 내려가는지 아님 올라오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두 아가씨와 이 총각 모두 참 용감하고 멋져 보이는데, 하나같이 영어도 잘하니까 많이 부럽다.

난 부족한 단어실력으로 어떨 땐 손짓, 못짓으로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겨우하고 있는데

제일로 답답하고 속상할 땐, 저녁 먹고 각기 다른 서양사람들 끼리 차 한잔 하면서 담소나눌 때

그 자리에 낄 수 없다는 것. 또 같은 목적지를 향해 여러날 오르다 보니

잠깐 쉴 때, 차 마실 때, 식사할 때, 롯지에서 여러차례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편에서 얼굴이 익었다고 말 시켜올 때다

한국에 돌아가면 하루 20~30분이라도 영어공부 좀 해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여기는 전등이 태양광을 이용하는 시스템이어서 날씨관계로 불이 안들어 온다

다른 롯지는 밧데리로 최소한의 불은 켜주는데 여기는 밧데리로 식당만 불을 켜 놓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처음으로 롯지가 만원이다. 규모도 작은데다가 두 곳 뿐이 없고,

날씨도 안좋다보니 사람들이 이 곳에 몰리게 된 것 같다

방이 없어 서로 양해 하에 중국팀 1쌍과 영국팀 1쌍이 한 방에서 잔단다

겨우 한 명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가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정도의 간격으로 일렬로 놓여 있는데

불편해서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예쁘게 생긴 서양여자 두 명이 방이 없어서, 우리에게 방을 같이 쓸 수 있을까요? 하고

양해를 구해오는 행운이 내겐 왜 없는걸까 생각해 본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 생기면 나야 맘속으로 좋아하면서 무조건 오케이지만,

 바로 표현을 못하고 집사람 눈치를 볼거고,

집사람은 절대로 “노” 라고 대답하지 않고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할테고,

나는 “이런 상황에서 다음 번 롯지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고, 그렇다고 눈과 비가 섞여 오고 있는데

밖에서 잘 수도 없는거고, 좀 불편해도 같이 자야지 어떡하겠어?”

그리고 나서 난 집사람이 보기에  눈꼴 사납게, 그들에게 친절하고 많이 배려하는 행동을 할 것이고,

집사람은 하루.이틀 삐쳐서 말도 잘 안 할 것이고,

내가 자꾸 왜 그러느냐고 하면,

집사람 속에 있던 말을 터뜨리겠지

“그 여자들이 못생겼으면 당신 절대로 같이 안 잤을거 아냐?”

“나한텐 못하면서 그 여자들한텐 왜 그리 잘하는건데?” 등등

엄청나게 바가지 긁히겠지!

 

여덟째날

지금까지 잘 왔는데 오늘은 걱정되는 날이다

데우랄리(3200), 마차푸츠레베이스캠프(MBC3700),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4130)를

남겨놓고 고산병증세 없이 잘 지나가야 되는데...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요즘은 책,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과거에 그렇지 못하던 시절에, 물론 트래커들도 많지는 않았지만 통신상태도 안 좋고 해서

고산병 때문에 죽는 경우가 비율로 봤을 때 상당히 많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풍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오기 때문에 죽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종종 헬기가 뜨는 이유는 고산병으로 인한 위급상황이라고 한다

고산병에는 무조건 내려오는 방법 뿐이 없는데 상태가 안좋아 걸어서 내려올 상황이 못되면

헬기를 부르는 방법 뿐이 없는데,

중요한 것은 ABC에서 헬기를 부르면 3천달러(3백3십만원정도)라고 한다

우리 포터 이야기가 어제 만난 다른 포터한데 들은 이야기라면서 그저께 저녁에

ABC롯지에서 잠자던 트래커가 고산병증세가 심해지면서

자정시간이 지나서 데우랄리까지 급하게 내려왔다고 한다

내 경우도 고산병엔 취약한 것 같아 시간적으로는 ABC까지 갈 수 있으나

오늘은 MBC까지 가기로 결정하고 출발하였다

데우랄리를 지나서 포터가 평상시는 이쪽으로 가면 빠른데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할 수 있으니 우회하는 길로 가자고 한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다

멀리 롯지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가도 가도 다가오지가 않는다

아침에 약도 먹었고, 특별한 증세는 없는데 그냥 힘들다

오히려 집사람이 묵묵히 걸으면서 가끔 사진도 찍는 것이 나보단 훨씬 나아 보인다

어찌 어찌해서 점심 무렵에 도착을 했는데, 속도 안좋아서 밥도 못먹고 방은 바깥보다

더 추운 것 같고, 그나마 식당이 3면이 유리이고 햇볕이 들어와 따뜻해 보였다

다행히 손님도 우리밖에 없어서 이불 하나 달라고 해서 식당에 누웠고 집사람은 혹시나

한국 아가씨들이 오지않나 하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3시경에 좀 괜찮아진 것 같아 라면 1개를 시켜서 집사람과 나눠먹고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데 구름이 짙게 깔려 잘 보이지가 않는다

푼힐에서 바라보는 마차푸츠레,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의 조망이 굉장히 좋았는데

ABC에서는 그보다 훨씬 가까워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조망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처럼 구름이 짙게 깔려있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은 집사람만 붙이던 핫팩을 오늘은 나도 등에 두 장을 붙였는데,

어! 등이 따뜻한게 이렇게 좋을수가!

누가 개발했는지 값도 저렴하고 괜찮은 것 같다. 네팔로 출발하기 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들 이야기가 요즘은 군대에서도 야외 동계훈련 갈 때 핫팩을 필수적으로 가져 간다며

우리도 충분히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길래, 내가 추위도 적응하고 이겨내기 위해 동계훈련을 하는데

군대에서 무슨 핫팩이냐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홉째날

 

핫팩 덕에 등은 따뜻했지만 자다가 숨이 가빠지면서 깨기를 새벽까지 계속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은 천천히 출발해서 ABC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곳에서 자고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다

춥고, 내 몸이 힘든데 고생하지 말고 올라갔다 빨리 내려오는 걸로.

포터에게, 아침은 못먹겠고 ABC 올라갔다 내려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테니 짐은 롯지에

맡기고 출발하자고 이야기했다. 짐을 놓고 가니 포터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을 끓여 차 한잔 하고 뜨거운 물과 쵸코파이 몇 개를 챙겨서 출발하였다

눈이 쌓여있고 밤새 눈이 조금 더 왔지만 사람 다닌 흔적이 남아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구름 때문에 눈 덮힌 봉우리들이 잠깐 보였다 이내 사라져 버린다

제발 구름아 걷혀라 속으로 되뇌며 가다가, 기회가 되면 얼른 사진을 찍곤 했는데,

1시간쯤 지나서 내려오고 있는 한국 총각을 마주쳤다

우리가 히말라야롯지에 도착했을 때 자기는 데우랄리까지 가서 잔다고 했었는데

예정대로 그곳에서 자고, 어제 ABC에서 잤는데 자면서 고산증세 때문에

너무 힘들고 고생했다면서 아침에 정신없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집사람 표현이 정말 맛이 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얼굴이 안 좋아 보였다

총각과 헤어지면서 속으로, 내려가면 괜찮아 질거야! 하면서 다시 1시간쯤 올라갔을 때 멀리

롯지건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때 한국 두 아가씨를 마주쳤다

반갑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포기하고 내려갔을까 아님 올라오고 있을까 하고 궁금도 했고,

어제 MBC에서도 집사람이 혹시나 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더군다나 우리보다 걷는 속도가 늦는데 위에서 내려오고 있으니 깜짝 놀랄 수 밖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저께 시누아에서 포토가 내려가기를 권해 고민하다 우리와 상의를 한 후

올라가기로 결정해서 우리보다 한 구간 전인 도반에서 잤고, 어제는 MBC에서 잤다고 한다

혹시나 우리가 있나해서 둘러보았는데 보이질 않아 ABC까지 올라갔나 하고 생각을 했단다

엇저녁에 만났으면 덜 심심했을텐데 롯지가 다르다보니 지척에 두고 서로 찾지 못하였던거다

그리고 오늘은 일출을 보겠다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출발했는데 눈 때문에 길이 안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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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가 눈을 헤쳐서 길을 만들며 올라갔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산 이라고는 뒷동산에도 안 올라가봤다는 두 아가씨들이 고산증세도 전혀 없었단다

같이 사진 찍고 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져 올라가길 30분정도.

드디어 ABC에 도착하였다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모두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름사이로 잠깐씩

보이는 눈덮힌 봉우리들!

내가 젊어서 올라가보고 싶었던, 동경했던 그 봉우리들!

이제 그곳에 올라가는 것은 꿈으로 남겨놓았지만,

이렇게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저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고 빈 몸으로 가는 일반 트래커보다 훨씬 빨리 걷는 포터

타다파니 롯지 풍경

추레일 롯지의 넓은 마당

겨울에 핀 이름 모를 꽃

집사람 이라고 주석을 달지 않으면 현지인 같죠?

정겨운 농가주택.  이 곳 벽에 걸린 벌집(석청) 때문에 나중에 50만원돈을 잃게될 상황이 됨

시누아 롯지에서 모닥불

포터와 함께


-조수정-

네팔 여행 후기 읽는 재미가~~ ^^ 상상하며 잘 읽고 있어요.
50만원 잃게 될 상황 얘기가 많이 궁금해요~
데우랄리 롯지는 CG같아요..
안나푸르나 사진들 모두 크게 뽑아 놓고 보고싶을 정도에요~
진동리에서도 사장님께 직접 듣는 네팔 여행기. 미리 예약합니다!!!

 

-아침풍경-

기~인시간을 집필하신 원장(전무)님~!  대단하십니다.......
전공이 문과를 나오셨지 싶을 정도 입니다.....
문학인으로 전혀 손색이 없음이, 기인~ 장문을 읽어감에 재미가 솔쏠~하다못해,
함께 동행하듯 글에 빠져들어감이, 그것을 증명하지 싶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여행할수없음에(나이가 먹어서) 안타카움을느끼며,
원장님의 글과 사진으로 대신 만족감을 느끼우니, [펜은 총칼보다,강하다] 는 서양속담처럼 위력(?)이 대단하지 싶습니다....
사모님께서 진동리의 최고 미인이시라는 글을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것같은데,
정말~ 미인이십니다......
다음 3탄의 네팔기행문을  기대해보렵니다......감사합니다.....^^

 

-무릉계-

많은 분들이 이글을 보고, 함깨하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멋진~글 솜씨예요..^^

 

-강기남-

역시나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
형수님은 절.대. 현지인 같지 않습니다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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