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똥골에서의 아빠와의 술 한잔(110730)

철부지
2021-04-03
조회수 120

안녕하세요. 진동댁과 곰배령목수의 철부지 딸입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러네요. 히히.

부족한 글 솜씨이지만 자주자주 들러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月下獨酌 달빛 아래 홀로 술 마시며


李白(이백)


花間一壺酒 꽃밭 가운데 술항아리,


獨酌無相親 함께 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擧杯邀明月 술잔 들어 밝은 달 모셔오니,


對影成三人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그러나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暫伴月將影 그런대로 달과 그림자 데리고,


行樂須及春 이 봄 가기 전에 즐겨나 보리로다.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 서성이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함께 어른거린다.


醒時同交歡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醉後各分散 취하고 나면 또 제각기 흩어져 가겠지.


永結無情遊 이무렴 우리끼리의 이 우정 길이 맺어,


相期邈雲漢 이다음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저는 일 년에 두세 번은 아빠께서 직접 지으신 이곳 '고메똥골'에서 쉬다 옵니다. 그리고 이곳에 가면 저녁 중 한 번은 꼭 마당에 나가 제가 좋아하는 가리비를 숯불에 구워 먹으면서 아빠께서 담그신 돌배주를 같이 마십니다. 저는 술을 마시면 볼이 발그레 해져 아빠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조잘조잘 합니다...^^;;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제 나름대로 거창한 장래 계획에서 시작해 시시콜콜한 연애이야기까지 모두 다 하게 됩니다. 이곳은 공기가 맑아서 하늘을 보면 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데,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빠와 함께 한잔, 한잔 또 한잔 마시는 돌배주의 맛은 정말 최고입니다. 그리고 아빠와의 끝없는 대화가 참 좋습니다.



얼마 전 두보가 쓴 위의 시를 읽었습니다. 이 시에서 두보는 홀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술을 마신다고 해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시인가 했는데, 뒤로 가니 달을 벗 삼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즐겁게 술을 마십니다. 특히 가득 찬 술잔에 비친 달의 모습을 보며,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모셔오니' 라고 표현하는 이백의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느끼기 때문에, 두보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끝 부분에는 술에 취해 달에게 이다음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자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혼자마시는 술은 대개 청승맞아 보이는데, 두보는 혼자서 술을 마시는데도 아, 왜 이렇게 멋있는 건지요. ㅋㅋ



이처럼 술은 참 재밌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빠한테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두보가 아무렇지 않게 달과 어울려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이런 술의 마력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취중진담이라는 노래 제목도 있듯이 술을 먹으면 솔직해지고, 그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조만간 '고메똥골'에 가서 아빠와 돌배주 한 잔 하며 술의 마력에 빠져볼 생각입니다. 함께하실 분?!?! ㅋㅋㅋㅋ



아, 아빠는 주말이면 항상 '고메똥골'에 상주하고 계십니다. 이번 주말엔 자칭 '설피목수' 인 저희 아빠와 함께 돌배주 한잔씩 하시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진솔한 얘기를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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